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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 생각

La pianiste & Romance

by 오하라74 2011. 7. 27.

2002년... 깐느가 선택한 영화 <La pianiste>

성공한 피아니스트와 그의 제자와의 사랑을 다룬

조금은 난해하고도 많은 해석이 필요한 영화다.

광고카피에는 "제자와 스승의 충격적 사랑" 이라는 문구와

화장실에서 스승과 제자가 뜨겁게 키스하는

선정적 장면이 연출되 있다.

 

자신이 여성임을 서서히 잊어가는 성공한 피아니스트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순수 청년과의

위험스럼지만 뜨거운 사랑...

그러나 보통의 프랑스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 또한 편안하고 로맨틱한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가

점점 꿈틀 꿈틀 뭔가 내키지 않는

내면적 생체기가 도는... 그런 영화다.

 

인류 최초의 섹스는 물물 교환의 성격을 가진다.

영장류 암컷에게 있어 섹스는

수컷의 보호와 식량과 바꾸는 수단이었다.

수컷의 눈에 들기 위해 암컷들은 종 내에서 경쟁에 놓였고...

그리하여 오늘날 다른 종들과는 달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암컷이 더 아름다운건지도 모르겠다.

 

여성에게 있어 성은 생존의 수단이었고,

당연히 그 수단을 쥐고있는 남성은 성을 향유하는 자이며

동시에 여성의 생존을 흔들수 있는 권력자였다.

때문에 여성은 성의 욕망으로 부터 소외당하고 착취당해왔다.

그러나 오늘날은 이야기가 다르다.

여성은 더이상 남성에게 기대지 않는다.

그러나 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묘한 갈등이 남아있다.

 

이 영화에서 피아니스트인 여주인공은

자신의 제자에게 자신의 내재된 성적 욕망을 말한다.

묶이고 싶다던지, 폭행을 당하고 싶다던지...

그녀의 욕망은 상당히 파격적이면서도 대담하다.

 

이는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1999년 작<로망스>라는 프랑스 영화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전개를 볼 수 있는데

여주인공 마리는 동거중인 폴과 능동적으로

성적 욕망을 공유하며 향유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폴은 그런 그녀의 욕망을 거부한다.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이야기하는것,

그리고 요구하는 것은 그들에겐 낯설고 당혹스럽다.

<피아니스트>의 제자는 요구를 해오는 그녀에게

추악하다고 내뱉었고 <로망스>에서는 창녀같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남성은 여성의 성적 욕망을 이해하지 못한다.

고작 이해하는 수준은 어느 순간,

자신의 멋진 모습에 여자가 반쯤 넋이 나간 상태가 되면서

사막 한가운데 갈증난 조난자의 간절한 목마름처럼,

달아오른 그녀의 몸을 남성의 몸에 맡기는것...

자신을 어떻게 다루든지 상관하지 않겠다는듯

남성에게 100% 용해 되길 희망하는

욕망 정도로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 두 영화를 성과 권력의 코드로 읽어내려가면 

성을 향유하는자 -남성,

성을 착취당하는자 -여성의 구도가 역전된듯 보이지만

결국 이 영화들의 끝이 보여주듯,

그녀들의 현실에서 성은 여전히 남성의 것이며,

그들은 함께 할 생각이 없다.

또한 지금까지도 여성에게 있어 성적 욕망은

낯설고 내뱉기 어려운 욕설같은 것에 불과하다.

 

성문제는 민감하다.

특히나 여성의 성은 더욱 그렇다.

욕망의 존재는 인정하나,

과연 그 욕망이 가부장적 사회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지만 내가 느끼는 욕망 역시 가부장적 사회안에서

남성의 욕망이 투영된 재단된 욕망일뿐...

상황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혹자는... 벌써 10년이나 지난 프랑스 영화를 놓고

이런 글을 쓴다는 자체를 시대에 뒤떨어지고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근대적이고 보수적인

성문화 현실을 놓고 볼때...여전히...

이런 이슈를 여성이 거론한다는 것 조차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욕망이란 남녀를 불문하고

공통적인 것이며 특히 다양한 성적 욕구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파트너인 여성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현실은...*** )

 

최근 본 미드 <스파르타쿠스>...

뭐...웬만한 남자들이라면 눈과 귀가 즐거워 가슴 무흣하게

한번씩 탐닉했을 그런 미드다.

하지만 쭉쭉빵빵 미녀들이 만들어내는 몽환적 환타지에

많은 남정네들이 설렘과 흥분으로 밤잠을 설치 듯...

근육질의 건장한 검투사들의 탄력있고 매끈한 몸을 보고

여자들 역시 거칠고 강렬한 섹스의 환타지를 갖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자신의 성적 취향조차 마음껏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와 가부장적 제도에 길들여져

권위주의를 답습하는 남성들이 존재하는 한...

어쩌면 영원히 함구해야하는...

세상 밖에 나올 수 없는 사산된 욕망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여자들도 상상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인류가 살아 있는 한,

  에로티시즘은 모든 예술의

  가장 풍요로운 원천으로 존재할 것이다."

 

                                                              - 장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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