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Greatest Game Ever Played (지상 최고의 게임)라는
2005년작, 빌 팩스톤 감독의 골프를 소제로한 미국 영화를 봤다.
트랜스포머로 유명해진 샤이아 라보프가 주연했다.
사실 난 미국식 감동과 스토리에 그닥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게 많은 생각과 감동을 준 예외의 영화였다.
2011년을 사는 힘들고 고달픈 체제속에 허덕이는 미국인들에게는 물론,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믿는 한국인에게도
감동의 한꼭지 쯤은 충분히 선물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모든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 역경을 이겨내고
최고의 승자가 되는 감동의 기본 뉘앙스는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내가 울컥한 감동의 쓰나미는 두 주인공의 선의의 경쟁과
주인공과 그의 훌륭한 파트너 케디였던 꼬마 에디와의 우정,
그리고 주인공과 그 아버지의 마지막 신뢰의 뜨거운 눈빛에서 였다.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진정한 경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
상대를 이기기 위해 편법과 속임수를 쓰는 불편한 모습이 아닌,
실력으로 정정당당히 서로를 격려하며 승리를 기뻐해주는...
그리고 경쟁자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상대를 바라봐 주는...
아... 내가 바라고 그리던 이상적 경쟁의 참모습을 그려냈다.
또한, 눈앞의 이윤과 자신의 안녕을 위해
손바닥 뒤집듯 신의와 우정을 깨버리는 이 시대의 보편성이 아닌,
비록 자신이 손해를 볼지도 모르는 상황속에서도
함께 고생하고 노력했던 파트너를 배신하지 않는 신의는
정말 이 영화의 압권 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골프는 성공한 권력자들의 전유물이며
신분 상승을 위해 소외받는 계층이 선택하는 탈출구로 인식되기도 한다.
실제로도 골프라는 스포츠가 만들어낸 개천의 용은 존재하고
박세리나 신지혜가 아주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뭐, 골프가 아니더라도 김연아나 박태환 같은 스포츠 스타 역시 같은 예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이런 특이한 케이스로서의 영웅의 탄생이 아니라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현실에서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가? 이다.
얼마전 TVN 이란 캐이블 방송국에서
전국 대학토론 배틀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수백개의 대학에서 말 좀 한다는 모든 말빨들이 모여 경합을 벌였다.
그리고 최종 결승에서 바로 저 주제로 두팀이 맞섰다.
고려대 대표로 나온 팀에서는 긍정의 변론으로,
연세대 대표로 나온 팀에서는 부정의 반론으로 말이다.
결과 부터 말하자면 부정의 반론을 했던 연대의 승리였다.
물론, 주제를 어떤 코드로 접근하고 얼마나 더 논리있게
자신의 뜻과 의지를 펼쳐냈는가가 관건 이었지만
처음부터 긍정의 변론을 맡았던 고대가 불리했다.
왜냐하면 현재 신자본주의의 구조와 체제속에서
"개천에서 용난다"란 말은 더 이상 보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난 부정의 반론을 한 연대의 우승이 미쳐 못마땅했다.
그들의 유창한 말솜씨와 뛰어난 토론 실력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그렇다"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보편이라고 생각하는 틀을
젊은이 다운 패기와 열정으로 멋지게 뒤집어 주기를 바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말해주 듯, 현실을 현실로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타당성의 손을 들어버렸던 것.
맞다. 이 시대는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더 많은 사교육비를 들이고 더 많은 상급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권력과 자본을 가진 이들의 후세들이 대를 이어 사회 지도층이 되고
그들은 사회적 지위를 통해 다시 권력과 부를 소유한다. 세습인 게다.
그렇다고 그것을 그냥 인정해 버리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권력과 자본의 노예로 밖에 살 수 밖에 없다.
그것을 그냥 그저 운명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난 이 현실이 내내 불편했던 것이다.
노력해도 안되는 현실이기에 노력조차 포기해야 한다?
꼭 돈을 많이 벌고 남들이 인정하는 권력자가 되어야만
사회적인 성공이며 용이 되는 것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그런 단정을 내리는 사회가 싫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용의 모습이
현재 부와 권력을 누리는 그들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시대적 착오와 우울의 한 단면인 것이다.
되든 안되든... 자신의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
그것이 실패하던 성공하던 상관이 없다.
정정당당히 노력하고 도전하는 그 자체가
훨씬 의미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패와 성공을 가름짓는 잣대 역시 기존의 시선에 두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 내가 본 영화의 주인공 처럼,
역경을 이겨내고 우승을 했기때문에 용이 된 것이 아니라
이시대에선 가지기 힘든 인간성과 휴머니티를 가졌기 때문에
그가 '용'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대의 젊은이들의 머릿속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그려 봤으면 하는 용의 진정한 의미...
이 영화가 그 해답에 많이 근접해 있음을 이야기 해주고 싶고,
영화가 이야기 하려는 주제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바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면에서...이 시대에서도...
누구나 용이 될 수 있고 또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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