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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o is i

꽃보다 사람 - 탱고를 다시 시작하고...어언 7개월...

by 오하라74 2012. 1. 20.

 

 

꽃보다 사람 이란 말이 있다.

그렇다 사람이 희망이다. 라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가 클수록

세상 살기 힘들어지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고경제에서도 마찬가지고

가깝게는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힘들 일도 아플 일도 슬플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기대를 놓으면

세상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아플 것을 알고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사람을 믿고 사람에게 기대한다.

 

얼마 전까지 난 탱고에 대해 확고한 가치관 같은 것이 있었다.

부족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이 아브라소를 통해 온전한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탱고라고!!

 

그러나 이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탱고는 절대 부족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이 아브라소 해서는 즐겁지가 않다.

중심이 흔들리고 자신의 무게를 상대에게 싣고

되도 않는 패턴을 팔로워가 따라오던 말던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고

이건 탱고도 아니고 춤도 아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 따윈 없는 이기적인 운동일 뿐.

확실하게 무게중심 잡고 스스로 올 곳이 설 수 있을 때.

상대에게 어떠한 무리나 부담을 주지 않고 제대로 편안히 걸을 수 있을 때.

이때 비로소 탱고는 시작인거다.

(이것은 몸 뿐만 아니라 상대를 대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중심 잘 잡아야 한다.)

 

거기에 상대인 리더나 팔로워가 플로어에서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시작과 마무리가 있는 제대로 된 리드와 팔로윙을 해 주는 것.

더 나아가 리드와 팔로윙 안에서 서로 음악에 교감하며 느낌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극적 뮤지컬리티고 온전한 탱고라고 생각한다.

 

물론 흔들리는 중심 잡아 주고안되는 패턴 애써 맞춰주고

잘 했어요라고 마지막 맨트로 기분까지 맞춰주면 해피엔딩 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이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고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몸이 아프고 발이 아프고 다리에 상처와 멍이 쌓이면서.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행복이며 즐거움일까? 라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다. 나도 인간이고.. 때문에 이기적이다. ㅠㅠ;

더구나 처음엔 그저 잡아주기만 해도 좋아라 하던 그들이

이젠 춤 신청을 거절하면 고깝다고 빈정거리거나 뒷담화를 하기도 한다.

난 그냥 국민호구 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라면 누구나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내적 욕구가 있다.

그러나 엉성한 자세와 흔들리는 중심으로

마구 손을 써가며 여자 중심 무너뜨리고

땅게라가 플로워에서 바보 같아 보이던 말던

무리한 리드에 힘들어 하던 말던

자기의 리드에만 몰입하는 땅게로들을 보면서

.. 이건 아닌데 라는 회의가 몰려왔다.

물론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내 말이 억울한 사람들에게는 익스큐즈 미~!!!

 

탱고 까짓 밀롱가에서 한곡도 안춰도 상관없다.

느낄 수 없고 행복할 수 없는 100딴따 보다는

느낌 있는 한딴따가 훨씬 행복하다.

또한. 비록 잘 추지는 못더라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고 자신의 실수나 엉성함을 미안해하고

이런 땅게로들에게는 솔직이 더 정성스레 팔로윙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초보라고 탱고를 추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난 정말 까칠한 땅게라가 아니었다.(과거형이다~!)

어느 누가 와서 춤 신청을 해도 거절한적 없고

아무리 힘들어도 한발한발 정성스럽게 탱고를 추던 땅게라였다.

그저 사람이 좋았고사람들의 순수함이 좋았다.

비록 몸이 아파도 또 발이 아파도 그저 사람 안에서 또 탱고 안에서 행복했다.

하지만 작금에 와서 무엇이 나를 이렇게 차갑고 냉정한 회의주의자로 만들었을까?

 

그렇다 꽃보다 사람 이라는 나의 신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신념이 무너지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때마다 잘 극복하며

탱고 안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으려고 애썼었다.

하지만. 이것도 쌓이다 보니 아프다.

상처가 체 가시기도 전에 또 상처가 나고또 상처가 나고.

이젠 탱고가 즐겁지가 않다. 탱고 안에서 행복하지가 않다.

 

라벤에 주 5~6빠를 다니며 마냥 탱고가 좋았고 사람이 좋았던 내가

어느 순간 1~2빠가 되더니 이젠 탱고를 놓은지 10일이 넘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탱피에 글을 쓰던 내가.

탱피를 너무나 사랑해서 여행을 가서도 탱피 푯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었던 내가

탱피 게시판에 글을 쓰지 않은 것도 언 한달이 넘었다.

 

나도 완전한 인간은 아니기에부족한 것 많고 물론 이기적이기도 하다.

남 탓을 하기 이전에 나를 먼저 되돌아 봐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모든 문제에 있어서 내탓이오내탓이오내탓이로소이다를 늘 읊조린다.

하지만 힘들면 힘들다고싫으면 싫다고 말하는게 인간적인 것이 아니던가.

오히려 겉으로 전혀 내색하지 않고

멀쩡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로 일관하는 것 자체가 페르소나 이지 않은가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탱고를 사랑하지 않고는 결코 이런 글을 쓸 수가 없다.

비록 아프지만 난 여전히 꽃보다 사람이라는 말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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