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평온 & 또 다른 매트릭스
어제 <생각 버리기 연습> 이라는 책을 샀다.
요즘 내가 너무 생각이 많았던 탓에 맘이 많이 어지러웠기에...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난 더 많은 생각과 상념에 글을 쓰지 않고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과 욕구를 더더욱 불러일으키는 책...
아이러니 하게도 책 제목이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니...
책의 타이틀 카피는 이렇다.
'하면 안 된다'고 생각 할수록 뇌는 하고 싶어진다!
우리를 지배하는 쓸데없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후후... 완전히 속은 느낌...
하지만 무조건 단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내 자신을 다시 바라다 보고
내가 무엇 때문에 고민과 상념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으며
내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진정 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으므로.
책의 내용을 잠시 요약해 보면...
말하기 - 나를 위한 변명은 상대를 고통스럽게 한다.
듣기 -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대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보기 - 나는 괴로운데, 상대는 괴롭지 않다는 오해를 버려라.
쓰기 - 희노애락에 대한 감정 일기를 쓴다.
먹기 -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뇌는 하고 싶어진다.
버리기 - 잃어버리는 게 두렵다는 생각이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
접촉하기 - 일에 집중이 잘 안되면 촉감에 집중한다.
기르기 - 항복하는 사람이 열쇠를 쥔다.
물론 글쓴이가 불교에 귀의한 종교인이고
많은 책과 강의를 통해 나름의 인간 해탈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깊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저자의 말에 대부분 동의하고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썩 내키지 않는 불쾌한 감정이 나를 지배했던 것은
지금까지 내가 깨알같이 많은 밤을 고통속에 고민했던
4단 7정의 모든 감정과 상념들을 마치 어리석은 자의
덧없는 집착으로 치부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의 잘못과 치부를 들춰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그것을 강하게 거부하려하거나 부정하려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론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자신의 삶속에 온전히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많은 상념에 휩싸이고 갈등과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이 책은 그런 상념에 빠져들지 않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또 마음을 비우고 오감에 집중하여
마음을 편하게 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대로만 한다치면 많은 사람들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
권력과 돈과 욕구와 욕망에서 자신을 해방시키고
늘 마음의 평온 상태를 유지하여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정녕... 마음이 편안해지면 행복할까?
아무런 상념도 없고.. 욕심도 없고... 그저 고요의 바다와 같아지면?
난 결코 이것에 완벽한 동의를 할 수 가 없다.
물론 강한 욕구와 욕망에 사로잡혀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집착에 빠져든다면
그것은 본인에게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밖에 없는 많은 상념들을
무조건 버리라고 하는 것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인도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낮잠이나 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내 비유가 좀 극단적일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무엇인가가 나를 깨닫게하고 자극하게 하여
나의 본질, 즉 내가 사고하고 있고.. 또 살아있음에 대한
존재의 가치를 느끼고 싶어하는 나에게 있어
모든 일상의 평온과 편안함은
꿈 꿀 권리조차 박탈당한 매트릭스 속에 갖힌
획일화 된 식물인간일 뿐이다.
하해와 같이 늘 잔잔할 것만 같은 대 자연도...
때때로 드센 파도가 치고 거대한 폭풍의 해일이 인다.
인간은 그것을 두려워하며 위협을 느끼고 긴장한다.
때문에 자연의 힘이 위대해 보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매일매일 똑같은 지루한 일상보다는
차라리 파도가 치고 해일이 이는 변화되고 진화되는 삶을
훨씬 가치있고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까닭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나의 마음 한구석...
고통에 대한 순간적 회피로서 마음의 평온을 항상 갈망하지만...
어쩌면 완전한 평온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슬아슬.. 모순 속에 쌓여 흔들리는 감성으로 사는 그 자체를
훨씬 인간적이라 생각하고... 더 많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매트릭스 밖에서 수 많은 스미스들과 경쟁적 투쟁을 벌이고 있는...
본질적 자유의지를 실천하려는 그들처럼.
지금...무엇이 더 좋다.. 나쁘다의 판단은 무의미 할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종교에 귀의한 종교인들처럼
진정한 마음의 평온을 원하는 날이 올지도...
하지만 적어도 현재로선...
때때로 도망치고 싶은 삶의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스스로 변화하고 싶고 진화하고 싶은 것이다.
내 존재의 가치를 진정으로 깨달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