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생각

그래...아프니까 청춘이다

오하라74 2011. 8. 18. 02:30

새벽 1시가 넘어서 ...

네이트온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카타고리 지인 하나가

문득 접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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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이시간에 웬 접속..ㅎㅎ 오랜만이구만..잘 살았나? ^^"

 

"잘살죠 ㅎㅎㅎ"

"휴가는 다녀왔구? ^^"

 

"아니 안갔죠 "

 

"설마 지금도 회사는 아니겠지..ㅋㅋ "

 

"회사죠 "


"ㅎㅎㅎㅎ 한잔하고 들어왔구나..^^"

"네엡 ㅋㅋㅋㅋ 아 맘이 아픕니다 ㅋㅋㅋ"

"허...사랑에 빠졌나?...ㅎㅎㅎ"

"세상이 뭐가 이리 어려운지 ㅋㅋㅋ 사랑 따위야 쉬운 것임을"

"아놔.ㅠ.ㅠ; 니 나이에..벌써 사랑 따위야..이럼 우짜냐...
 세상 걱정하긴 넘 젊잔아~!!
 세상 걱정은 내가 할테니 넌 사랑 걱정이나해.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세상걱정 할 나이입니다."

 

"후후...사랑 한 뒤에 하거라..^^ 그래도 안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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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생략.

 

 

 

내가 마지막 직장생활을 하던 무렵...

이 녀석은 내가 회사에서 유일하게

진솔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주고 받던 상대였다.

7살 이나 어렸지만... 그리고...차장과 신입사원이었지만

항상 말이 잘 통하고 힘든 회사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친구였다.

 

그땐 20대이던 그도...이제 막 30대가 되었다.

더 큰 회사로 이직도 하고 자기 밑으로 5명이나 두고 있는...

그래도 아직 젊은 청춘인데...

똑똑하고 나름 가치관과 철학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직 결혼도 안하고 여자친구도 없다는 녀석이

사랑보다는 세상 걱정에 술을 마시고 시국을 고민한다.

 

술이 많이 취했기에...

자분자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지만..

난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청춘은 푸르고 싱그러워야 할 시기라고...

사랑 따윈 쉬운것이라 말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사랑은...

이해와 타협 그리고 관용을 습득하는 과정이라고.

시대를 이해하고 힘든 시대를 사는 그들을 보듬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 이기적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랑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또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가 분명하고 자신이 바로서야

비로소 남도 보이고 세상도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끼는 친구들이 이렇게 너무 철이 일찍 든 것을 볼 때면

가끔... 차라리 그들이 철이 들지 않았으면...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좀 더 챙기고...

조금은 이기적이되어도 좋으련만.

 

하기사...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겠는가.

결혼을 하고 막상 삶의 현실에 더욱 치열해져야하는

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되면...

그는 또 다른 고민으로 술을 마셔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 녀석의 모습이 기특하고 이쁘기도 하다.

 

하지만..

아파해야 할 대상이 이성이 아닌 세상과 시국이라는 것이...

내내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마치 이들을 아프게 만든 것이 꼭 우리세대 인것 같아서.

우리가 바꾸지 못하고 개혁하지 못하고 변화시키지 못했기에

이들이 이렇게 아파하는 것 같아서.

 

어찌보면 난 참 이기적인 사람이다.

결혼이란 사회적 관습을 무시하고...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거부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누리고 싶은 것만을 찾아

나만을 위해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우스운 일일찌도 모르겠다.

.

.

.

 

그래...마음껏 아파해~! 넌 청춘이니까~!

그리고 미안하다. 그런 아픔을 넘겨줘서.

하지만...같이 아파하자. 나도 가슴 뜨거운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