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생각

의식의 위기 - 나는 실존하는가?

오하라74 2011. 9. 15. 02:30

"사람들은 오늘의 세상이 온갖 불행과 갈등, 
 파괴적 잔인성, 공격성으로 가득한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정작 사람들은 그대로 잔인하고,폭력적이고,공격적이며,
 탐욕스럽고 경쟁심이 여전히 강하다.
 놀랍게도 우리의 역사는 이런 것으로 지금의 사회를 세웠다."

 

                                              - J 크리슈나무르티 -

 


시대정신이란 3부작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큰 혼란에 빠졌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렸을뿐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잘 짜여진 소설이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그럴듯한 몇몇 타당성들이
나로하여금 많은 혼란스런 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가끔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본 시대정신 1,2,3 다큐멘터리가 그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리얼한... 아니라고 반박하기엔 너무나 극명한 현실...

차라리 그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몰랐더라면

가지지 않았어도 되었을 많은 고민과 혼란...

 

비판의식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또 실천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거대한 권력과 자본의 횡포의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암흑 속 진실과 마주하는 일이 참으로 버겁다.

 

물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것을 문학적 작품으로 승화시켜

밖으로 표출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한 것 까지는

나에게 무척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내가 느낀 충격은 그것을 넘어서

음울과 답답함으로 멍한 코마상태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한동안은 이 심난한 머리속을 다스리고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사실 이것을 혼자 끌어안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논의하고 토의하고 이 시대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실천강령이라도 만들어 함께 공유하지 않으면

이 시대를 사는 지성이라는 빈약한 허울따위는

냅다 집어 던져버려야 할 것 같은 위기의식.

이것은 더 나아가 나의 실존의 근간을 흔들기에 충분한

삶의 이슈가 될 지도 모른 다는 불안감 마저 엄습한다.

 

아... 이 다큐멘터리를 괜히 봤나라는 후회감이 밀려온다.

내가 이 진실들을 받아들이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힘과 권력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맘이 불편하지 않아도 되었으련만...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체제의 구조적 모순속에서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고, 또 전쟁에 피흘리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난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에 형성된

현 시대를 사는 인간으로서 미래와 후세에게 

알수 없는 죄책감으로 평생 시달려야 할 지도 모르겠다.

 

내적인 실존과 외적인 실존의 간극...

다시금 "난 실존하는가"에 대한 회의에 빠져들게 한다.

 

어쨋든 난 또 다시 나에게 질문한다.

그냥... 체제와 구조에 순응하며 살것인가...

아니면... 이것을 깨고나와 이방인의 길을 걸을 것인가에 대한...

 

에허...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내 안에서 내 깜량만큼 받아들이고...

또 내가 실천 할 수 있는 만큼만 실천하자.

떱...이러다 음모론 내지는 SF 작가로 전향하는 거 아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