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마키아벨리가 많은 역사가들은 물론 많은 대중에게
희대의 협잡군이자 권력을 갈아타는 기회주의자이며
질 안좋은 역사적 인물로 평가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역설한 군주의 덕목 때문이다.
백성과 군중을 기만하고 귀족들을 속이고
온갖 감언이설로 성난 이들을 잠재우는 것이
군주가 갖추어야할 중요한 능력이자
뛰어난 정치 덕목이라는 그의 말...
하지만 과연 우리는 마키아벨리를 비난하며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거짓과 위선이 판치고 마음에도 없는 아첨과 거짓말이
처세술이 되는 이 세상에서...
그리고 진실만을 말하는 것이 어리석음의 상징이자
바보의 전형이라고 판단되는 이 사회에서?
그것이 선의 이던 악의 이던...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가끔은 거짓말을 하는 본인 스스로도 그것이
거짓인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그것이 가져올 엄청난 파장에 대한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멍청이도 많다.
또한 상대의 거짓말을 알고도 모른척 하는 경우도 있고...
거짓말을 하는 상대의 위선을 눈감아 줄때도 많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자신만이 피해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에 상대를 비난할 수 없다.
만약 거짓말을 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위선자이지 않을까.
물론 전형적이고 상습적인 거짓말 쟁이와...
필요불가결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구분할 필요는 있겠지만.
윤리를 아는 사람은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고...
도덕적인 사람은 거짓말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했을때
이 시대는 결코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이지 않다.
적어도 "거짓말"에 있어서는.
그리고 한가지..
말을 하지 않는 것과 거짓말을 하는 것은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겟지만...
상대를 기만하는 행위에 있어서 그 둘은 결코 다르지 않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만당하며 살고있고...
나 역시도 누군가를 기만하며 살고 있다.
나이가 들고.. 삶에 경험이 쌓이고...
마냥 멍청이가 아닌 조금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서부터
세상 사람들의 거짓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그것을 어디까지 눈감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요하는 일상들이 매일매일 반복된다.
처음엔 그것이 감당하기 버거운 상처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한번 두번... 조금씩 쌓이다 보니...
어느 새 둔감해지고 그것에 길들여져 그저...
시크하게 썩소 한번 날리고 쿨하게 넘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쾌하지 않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언제부터인지 거짓을 말하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그들을 멀리하고 싶은 맘이 드는 것은 아마도...
거짓을 알면서도 그냥 모른척 해야하는 나의 행위가...
위선으로 느껴지는 것이 버거위서 일찌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에게 투영된 나를 차마 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무엇이든 처음부터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자에게 있어서...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다만...
거짓으로 자신의 이기심을 채울 수 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이 안타깝고...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과연... 믿는 다는 것은 무엇일까...
왜.... 누구를... 무엇을... 어떻게...
온통 거짓뿐인 세상에서...
또한 진실을 말하는 것이 두려운 세상에서 말이다.
어쩔 수 없다...
우린 부정할 수 없는 마키아벨리의 후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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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 디자이너 송혜명과 가수 박정민의 진실 공방이
뜨거운 핫 이슈로 떠오른 이 시점...
사실... 남녀가 좋아하고 사랑하다 헤어지는 것은
그닥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다만... 사랑이라 오해할 만큼 서로 친하고 가까웠다면...
그리고 한 여자가 순정과 진심을 다 했을 정도라면...
적어도 헤어짐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한때 사랑하는 감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여자에게 시련의 아픔은 있을 지언정
적어도 상대에 대한 배신감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절대 여자는 혼자 상상속에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상대가 감정적인 액션을 보였기에...
이것에 대한 리액션으로서 마음이 움직였던 것일뿐...
결코 감정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가지 송혜명이 미쳐 몰랐던 것이 있다.
사랑이란 감정은 너무나 간사해서
한때 활화산 처럼 미칠 듯이 열정적으로 타 올랐다가도...
한순간 시베리아의 얼음처럼 변해버릴 수 있는게 사랑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감정의 진화 속도가
보편적으로 여자보다는 남자가 훨씬 빠르다.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서로 감정의 진화속도를 맞추지 못해
가슴아픈 이별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미 한사람은 감정이 차갑게 식었는데..
나머지 한 사람은 아직 그 감정이 남아있으니...
남아있는 사람이 고통일 수 밖에.
"사랑했다" 자체가 거짓인 것이 아니라....
사랑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라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박정민의 태도가 사내답지 못했고 비겁했을 뿐.
두 사람이 사랑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사랑을 믿지 않고...
상대에 대한 감정의 동요를 사랑이라 말하지 않는 이유는....
감정의 진화과정에 있어서의 속도차를 감당하기 버겁기도 하고..
한때는 진심이었지만 너무나 쉽고 가볍게 거짓으로 바뀌어 버리는
가변성을 받아들이기엔 내 마음이 너무 여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랑은 아름답지만 추하고...
핏빛 장미꽃 처럼 열정적이지만
한겨울 칠흑의 새벽처럼 차갑고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