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남자 김기덕
김기덕 그는 나쁜 남자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예리함으로
고통 속에 일그러진 잔인한 일상을 그리고
처절하리만치 극악무도한 인간 말종 들을
비난하며 미워할 수 없게 연민으로 무장시킨다.
과연...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삶의 저 밑바닥에서
그가 찾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김기덕이 만든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한
어두운 악마성을 지녔다.
또한 그들의 깊은 심연에 숨겨진 인간의 선한본성은
표현되는 극악한 잔인함으로 더더욱 빛을 발한다.
그렇다면 퇴색되어 넋 없이 이리저리 나 뒹구는
그들의 선한본성은 영원히 삶의 일면으로
편안히 되돌아 올 수 없는 것인가...
영화 <나쁜 남자>의 여주인공 선화(서원)...
그녀는 이 시대를 대신하는 선의의 희생자이자 여자이다.
자신을 음침한 사창가 눅눅한 침대위로 끌어들인
천하의 불한당 한기(조재현)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저주하면서도
그녀는 결국 그를 미워하지 못한다.
그저 초점 없는 멍한 눈을 하고 나쁜남자 한기의 어깨에
자신의 지친 몸을 기대는 것으로 그를 용서하는 선화...
하지만 갈기갈기 찢겨져 버린 그녀의 핑크빛 아름다운 청춘은
그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한단 말인가...
인간의 잔인한 악마성이란 독특한 소재를 동원하여
이 시대의 처참한 음울을 그만의 분명한 색깔로 상징하는
김기덕 감독의 범상치 않은 천재성과
세상을 향한 강력한 구테타의 의지를 십분 인정하면서도
그의 방법적 선택엔 동의할 수 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삶의 저 밑바닥에도 햇빛 가득한 희망은 있고
꽃보다 아름다운 인간의 향기는 그곳에서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난 인간의 악한 본성보다는 선한 본성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믿는다.
그렇기에 이 깊은 밤 쓰디쓴 커피와 독한 담배연기로
영화 속 그들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영화 속 상처받은 영혼이
결코 나와 다르지 않음에 대한 방어적 항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