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행복하다 느끼는 건...
요근래 언제부터인가...
난 다시 밤잠을 잊어버렸다.
해외여행을 핑계로 이래저래 시차적응이 안되서라고
불면증에 대한 이유를 늘어놓지만
내가 밤잠을 잊어버린지는 이미 오래다.
지난 몇년간...
잠의 망령이 나의 긴긴 밤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익숙함으로
내가 가졌던 밤에 대한 애착을 한동안 잊고 살았었는데
오랜만에 갖아보는 밤과의 조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확장된 유예시간에 대한 처리문제로
현재 나름 상당히 곤욕스러워하고 있다.
한 3개월쯤 된 것 같다.
일과 사람으로 인해 고민하며 살이 빠지기시작한 것이...
아마도 그즈음부터 나의 밤과의 조우도 시작됐으리라...
대학시절...
머가 그리 할 것이 많았는지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일주일에 3일을 잠을 자지 않는 날로 정해두고
시간을 쪼개가며 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하던
그때를 돌이켜 보면 역시 난 타고난 욕심쟁이 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삶에 경험으로인한 가치의 경중이
하나 둘 뚜렸해 짐에 따라 많은 것을 하는 것 보다는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과 갈등으로
항상 머릿속이 포화상태이기에
잠이 오지 않는 밤은 나에게 감성의 과잉 생산을 부축인다.
책도 읽어보고...게임도 해보고...
이리저리 인터넷 쇼핑에 몰입도 해보고...
하지만 감성이 이성에게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에게 있어 밤이라는 녀석의 처리가
그리 만만치 않음을 고백한다.
감성의 과잉생산이 잉태하는 갖가지 억측과
오버된 현실의 과장이 불러오는 파장은
긴긴 밤을 지나 환한 대낮이 되어서야
꽁꽁 휘감고 있던 검은망또를 풀어해치며
감당하기 벅찬 후회의 몸서리침으로 되돌아온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런 생각을 했었을까...'
왜 그런 쓸대없는 감성의 소모로
나를 나약한 나르시스트 내지는 슬픈 베아뜨리체로 몰아
세상에 상처받은 불쌍한 영혼으로 포장하여
인생의 저 밑바닥으로 한없이 추락시키는 것일까...
하지만 한편으로 지난 밤의 감성의 오버에
나도 모르게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웃을 때가 있다.
결코 세상은 내가 꿈꾸는 것처럼
그리 로맨틱하지도 그리 낭만적이지도 않은데...
나 혼자 센치해져서 눈가를 촉촉히 적시며
그렇지 못한 세상에서 철저히 홀로 상처받는
덜떨어진 천사인 척 하는 모습이 나름 귀엽기 때문이다.
냉철한 이성이 가득 매운 눈물도 말라버린 이 척박한 땅에서
그런 로맨티스트적인 생각과 감성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내모습에 대한 애련한 감상...
진정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나만의 환상으로
순수의 눈물을 그렁일 수 있다는 것도
아직은 이기의 때가 덜 묻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내 주변에 모든 것들에 대한 애착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그것이 일이 되었던 사람이 되었던...
나를 끝없는 센치맨탈 로맨티스트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인연을 끊임없는 화수분처럼
내 안에 들여야겠다.
그것이야 말로...
이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이기적인 세상에서
계속해서 내가 살아가야할 의미와 행복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밤을 지나 어느덧 새벽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글쓰는 내내 또 다시 내가 오버했음을 안다.
아마...
내일 아니..오늘 오후쯤 되면...
이 글을 보며 깔깔 웃고 있을 수도...*^^*
세상은... 한번 살아 볼 가치가 있는 재미있는 놀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