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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o is i

음악의 기승전결 & 딴따의 기승전결

by 오하라74 2012. 3. 19.

 

살사나 스윙 같은 다른 댄스에서는 딴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그냥 한곡만 춘다. 물론 여러번 같이 출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독 탱고에서만 딴따, 꼬르띠나, 까베세오가 존재한다.

 

한곡만 추고 끝나는 살사나 스윙은 상대가 싫어도

그냥 한곡만 참고 끝내면 되지만

탱고 같은 경우에는 한번 상대가 결정되면 3~4곡을 춰야 하기 때문에

솔직이 상대를 자~~~ 알 선택해야 한다.

더구나 아브라소가 깊은 탱고는 상대가 싫어서는 도저히 같이 출 수가 없다.

 

그래도.. 일단 상대가 결정되고 춤을 추기로 했다면

난 그 어떤 사람이라도 늘 최선을 다해 춤을 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음악이 시작되고 아브라소를 하고 나면 

음악안에서 하나의 주제가 담긴 필의 포인트가 생기는 데

보통은 사랑, 슬픔, 기쁨, 이별, 행복, 즐거움, 만남, 증오 같은 감정이다.

 

그 감정은 한 음악안에서 기,승,전,결로 존재하고

이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과 같은 소설의 5단계의 스토리의 흐름처럼

에스컬레이트되는 감정의 곡선을 그린다.

그래서 약 3분 정도 지나 곡의 끝자락에선 감정이 정리되고

차분히 상대와의 엔딩을 통해 감정을 마무리 한다.

사실 그래서 탱고의 엔딩은 중요하다.

가끔 엔딩이 애매~~~ 한 음악이 나와서 서로 앤딩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약간 찝찝한 기분이 드는건 바로 이때문이다.

 

이렇듯 곡에 기승전결이 있듯이... 딴따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이것은 한 곡에서 느끼는 감정의 기승전결과는 또 다른 의미로 존재하는데

딴따에서는 상대와의 궁합(?)이라고 표현하는게 가까울 것 같다.

한 딴따안에서 첫곡은 상대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상대의 리드를 받아들이는 단계 

두번째 곡은 그 스타일에 적응해서 익숙해지는 단계

세번째,네번째 곡은 익숙해짐의 최고조로 상대와 최적화된

춤과 느낌을 공유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난 이 시간들이 참 좋다.

마치 상대를 알아가고..조금씩 조금씩 사랑에 빠지는 과정처럼...

때때로 춤이 끝나고도 그 여운이 남아 참 감미로울 때가 있다.

그래서 춤을 마치고 곧바로 홀딩을 풀 수가 없다.

상대와 교감했던 감정들을 내 안에서 클리닝해야하기 때문이다.

가끔.. 춤이 끝나자 마자 바로 홀딩 풀어버리는 사람들 있는데...

에허.. 그러면 조금 허탈(?) 하다.

감정의 여운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털어버릴 수 있지???

이별을 하는 것에도 예의가 있듯...

탱고를 끝내는 것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곡이던 딴따던 감정의 여운을 정리할 시간을 줘야 할꺼 아녀요~!! ㅠ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주 몰입이 잘 되고 감성이 풍부한 날은 첫곡부터 최적화되어

누구를 만나도 춤과 느낌이 잘 공유되고 교감이 잘 되는 날이 있기도 하지만

보통은 두곡은 춰야 상대의 몸과 리드에 최적화 된다.

사람마다 특징이 있고 리드에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주 만나고 자주 춰서 상대의 리드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라면

첫곡부터 그 접점을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잘 맞고 무조건 최적화 되는 것도 아니다.

익숙한 상대라도 나와 상대의 그날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최적화된 접점을 찾는 시간은 매번 달라진다.

 

스타일이 아주 낯설거나 처음 만나는 상대일때는

한 딴따 내내 그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나 뿐 아니라 상대도 그런 느낌을 받는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누구를 만나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되도록이면 나의 이미지와 느낌을 잘 전달해서

다음에 또 추고 싶은 상대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낯선 나라...낯선 도시에서 느끼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떨림 때문인데

탱고는 늘 나에게 이런 낯선 설렘과 떨림을 선물한다.

자주 만나고 익숙한 상대라고 해서 이런 설렘과 떨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아..오늘은 이 상대와의 춤은 어떤 느낌일까...' 항상 기대된다.

생각해 보라... 늘 같은 음악...같은 컨디션...같은 감정이 아닌데

춤에 대한 느낌에 일관성이 있을 수 있겠는가?

 

때문에... 난 밀롱가에 들어서면 늘 설렌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과 어떤 느낌의 탱고를 추게 될까....

플로어를 밟고 서는 그 한발 한발의 느낌들도 항상 새롭고....

아...댄장..ㅠ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느끼는

탱고에 대한 짠~~~ 한 이 그리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난 그대가 그립다" 라는

류시화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항상 내 주변에 탱고 음악이 흐르고...

시간 날때마다 탱고를 추기위해 밀롱가로 향하지만...

그래도 난 늘 탱고가 그립다.

 

아....탱고가 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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