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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 생각

밤 그리고 어둠에 대한 예찬

by 오하라74 2004. 1. 5.

 

언제부터인지...
난 밤잠을 잃어버렸다.
어둠이 잠식해버린 외롭고 고독한 밤을 향한
나만의 저항 때문이였는지도 모르겠다.
홀로남겨진 자의 처량함을 어둠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시끌벅적한 세상의 소리가 가득한 환한 대낮엔...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크게 찾을 수 없다.
그저 그 어수선한 저자거리 속 한 사람이자 한갓 평범함일 뿐이다.

 

하지만...
하루의 피곤함에 지쳐 세상 모두가 곤하게 잠들어버린 깊은 밤엔...
마치 내가 어둠을 지배하는 지배자가 된 듯
꿈꾸며 그리던 생각들을 내 의지대로 마음껏 상상하고 만들어 낸다.
그래서인지 난 어둠속에서...반짝이며 빛나는 내 자신을 본다.

 

그러나 여전히 난 어둠이 두렵다.
다만... 온통 어둠뿐인 밤과 길잃은 내 영혼을 적당히 조화시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내 존재의 의미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일상의 평범함에 길들여지지 못한 나약한 자의 변명일지는 모르겠지만...
밤을 향한 나의 강한 집착은 매너리즘에 빠진 잠의 망령을 쫓아 버리고
그 어느때보다도 영롱하고 투명하게 내 자신을 비춘다.
난 그 빛의 유혹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한 낮엔 결코 알아보기 조차 힘든 그 빛은 어둠속에서만 밝게 빛나기 때문이다.

 

오늘도 이 밤의 끝을 기다리며 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그리고 고요와 침묵의 밤이 지나면...
난 밝아오는 아침해를 등지고 다시금 쫓아낸 잠의 망령을 내 침실로 불러들이겠지...

 

언제쯤...
언제쯤이면 난 어둠의 밤과 뜨거운 작별을 고할 수 있을런지...
하지만 아직은 난 이 밤을 너무나 사랑한다.
비록...나 홀로 존재하는 외로움 사무친 밤일 지라도...
어둠속에서 내 존재를 찾을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라도...영원히...밤을 사랑하고 싶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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