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 생각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 데이빗 린치

by 오하라74 2004. 1. 4.

데이빗 린치....

 

현실과 이상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폭력적 본성에 대한 아이러니한 리얼리티....

내 삶의 20대에 난 데이빗 린치의 감독의 작품들을

즐겨하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더이상 20대라고 때쓰기엔 그 세월의 깊이가 무상한 서른의 초입에서

드디어 데이빗 린치의 예술을 향한

그 초월적 감각에 난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작품의 주를 이루는 어두운 폭력과 섹스와 살인과 

섬득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침묵의 공포...

한때 미스테리물에 빠져있던 나의 내재적 성향의 일면을

데이빗 린치는 그의 영화들을 통해 아주 세련된 모습으로

보다 감각적이면서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오늘 우연히 내 소장 비디오들 중에서 블루벨벳이란 영화를 다시 보면서...

10년전 썩 유쾌하지 않게 그 영화를 봤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스무살이였던 그때... 

내 눈에 비춰졌던 블루벨벳은 온통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찬

저속한 3류 B급 영화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이 훌쩍지나 순수함의 그리움이 간절한 나이가 된 지금...

난 블루벨벳이라는 영화속에서

내가 사는 이 세상의 모습을 보았고 또 그 안의 나를 보았다.

갈 곳 잃은 힘과 권력의 비 이성적 혼돈은

흔들리는 감성의 처절한 음울의 끝을 변태적 폭력과 인간의 잔인한 본성으로

세상을 향해 끝없이 난폭한 칼질을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그것에 더 이상 반항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은

그런 변태적 폭력과 잔인함(데니스 호퍼)에 힘없이 무릎꿇을 수 밖에 없는 현실...

 

블루벨벳이라는 영화는 그런 현실속에 길들여져 마약보다 더 강한 중독성으로

정상적 삶으로부터 차츰 멀어지게 되버린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호기심과 의협심으로 똘똘뭉친 남자(카일 맥클라인)의 눈을 통해 그려낸 이야기이다.

 

그러나...

난 영화 속 처절한 비운의 여주인공 이자벨라 롯셀리니의 모습에서

뭔가 뚜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웬지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다.

또한 그런 동질감에 대한 나의 느낌 때문에 내 스스로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느낀 동질성의 구체적 내용은 글로는 표현하기 조금은 껄끄러운 내용이기에 

미래의 어느날 깊은 술자리에서 인간 본성의 이면에 대한 토론의 기회가 온다면

솔직히 이야기 할 날이 오겠지...^^;;;;)

 

아무튼... 블루벨벳이란 영화의 리뷰는 새해를 맞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데이빗 린치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시대의 또 다른 문화적 이면을 솔직하게 표현하고픈 나의 지적 허영은

당분간 데이빗 린치의 작품에 남다른 애착을 가질 것 같다. ^^*

 

 

==============================================================================

 

데이빗 린치의 작품들...

 

 

멀홀랜드 드라이브 (2001)
스트레이트 스토리 (1999)
로스트 하이웨이 (1997)
트윈픽스 (1992)
광란의 사랑 (1990) -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
블루벨벳 (1986)
사구 (1984)
엘리펀트 맨 (1980)
이레이저 헤드 (1977)

 

 

 

'삶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혼의 상처  (0) 2004.02.02
밤 그리고 어둠에 대한 예찬  (0) 2004.01.05
가슴에 불을 가진 자의 세상은...  (0) 2003.04.29
살아가면서...  (0) 2003.04.10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0) 2003.04.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