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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 생각

서로 다른 풍경

by 오하라74 2011. 7. 15.

최근 난 변했다.

무엇인가 손끝으로 토해내고 싶은 나의 감성이...

내 작은 두손을 가만두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거나...그림을 그리거나.. 요리를 하거나...

손을 바쁘게 움직이게 하는 것...

근 2년 동안 게임외로 손이 이렇게 바빳던 적은 없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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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커피를 좋아한다.

그래서 하루 2~3번 정도 커피를 마신다.

커피 자체를 좋아한다기 보단 커피향을 좋아하기에

진하고 쓴 커피 보다는 연하고 향긋한 커피를 마신다.

 

하지만 오늘은 웬지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평소의 3배 정도 진한 아이스 커피를 탓다.

 

첫맛은 너무나 썻다.

내가 마셔왔던 기존의 커피와는 전혀 다른 쓰고 쌉싸름한 맛이다.

순간 내 미간이 잔득 찌프려 졌다.

그러나... 한모금.. 두모금... 세모금...

언제 그랬냐는듯 커피는 더이상 쓰지 않았고...

내 혀는 그 쓰디쓴 커피맛에 금새 길들여 졌다.

아... 간사하게 변덕스러운건 사람의 마음뿐만이 아니였구나...

 

<냉정과 열정사이>의 저자로 유명한 작가 에쿠니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란 엣세이집에

"생각해 보면 서로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란 구절이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고... 담뿍 빠지게 되는 것은

에쿠니가오리가 말했듯..

나와 다른 풍경을 바라보고 살아온 그들의 풍경이

묘하게 색다르고 신비롭게 느껴져서일 게다.

늘 똑같은 풍경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답답해 하던 차에...

내가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것이 꿈꾸던 동경과 이상과 상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하지만 이 새로운 풍경도 시간이 지나면...

내 감각기관들이 쓰디쓴 커피에 금방 적응을 하듯...

어느새 적응이되고 익숙해져서...

더이상 새롭게 보이지 않을 것임이 너무나 극명하다.

그래서 아마도 난 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전혀 시도해보지 못한 경험을 동경하며...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고 싶어하는 것이리라...

똑같은 일상에 길들여져 서서히 썩어가는 고인물이 되는것을

조금이라도 늦춰야 한다는 사명감에...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한잔 가득 타왔던 쓰디쓴 커피가 바닥을 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문득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지독하게 쓴 커피의 강한 자극에 길들여진 내 혀의 감각이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연하게 감미로운 커피의 맛을

잊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인것이다.

 

사람은 자극에 적응하는 동물이기에...

이전의 자극보다 더 강한 자극이 아니면 더이상 반응하지 않을테고..

그래서 더 강한.. 더더 강한.. 자극을 찾아

그것을 갈망함을 이미 지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아.... 망했다.

그러나 나침반의 양극처럼...

그리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음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차피.... 이 쓴 커피의 강한 자극을... 한동안 멀리하게 되면

인간 뇌의 한계에 부딪혀 그 느낌을 망각하게 될테니...

조금의 시간이 흐를동안 약간의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인내란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테지만.

 

난 지금 알 수없는 행복감에 작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잃어버렸던 나의 감성과 대화하고

글로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음이 뿌듯한 것이다.

스치고 지나쳤던 많은 일상의 소소함에서

나름의 깨달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손끝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내가 깨어있구나....깨어났구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 작은 시작이겠지만...

보다 많은 것을 보려고 노력하고...

보다 많은 것을 느끼려고 노력하고...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려고 노력해야겠다.

 

난 나의 무한한 능력을 믿고...

또 언젠간 그것이 세상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을 통한 강한 긍정의 힘도 믿는다.

 

아... 깨어나라 나의 열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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