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본 것은 한 2년 쯤 전인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난 이 영화를 책으로 만났다.
아...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한껏 흘렸었는데...
소설은 그와는 또 다른 감동으로 내 눈시울을 자극했다.
여자주인공 슈미츠 부인은 15살의 소년 미하엘에게
"꼬마야, 꼬마야, 내 꼬마야, 내게 책 좀 읽어줘." 라고
말하는 36살의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여인이다.
그들 사이에서 책읽기는 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책을 읽어주고, 샤워를 하고 나란히 누워 섹스를 하는 것,
소년 미하엘에겐 어쩌면 이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너무나 참기 어려운 고통스런 긴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상에 대한 조우처럼
늘 영롱하고 맑은 눈빛을 하고
책을 읽어주는 그를 좋아했고 그 시간을 좋아했다.
점점 미하엘도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에 빠져들었고
캐릭터에 맞게 진지하고 리얼리티있게 책을 읽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갑자기 사라졌다.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를 떠난 것이다.
그녀가 왜 떠났는지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책속엔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난 어렴풋이 그녀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쨋든, 에로티시즘에 막 눈뜬 사춘기 시절의 성장통을 딛고
미하엘은 잘 자라 유명 대학의 법대생이 된다.
그리고... 2차 대전 직후,
홀로코스트에 대한 전범 재판소에서 그들은 다시 재회한다.
그녀는 글을 읽을 수 없다.
때문에 죄목이 촘촘히 적혀있는 상세 리스트를 읽고
스스로 모든 것이 자신의 죄임을 인정하는 싸인을 할 수 가 없다.
그러나 그 곳에 싸인을 한다.
자신이 문맹이라는 비밀을 숨기고 싶었던 것이다.
미하엘 역시 재판장에서 당당하게
그녀가 글을 읽지 못한 다는 것을 선듯 말하지 못한다.
그것을 말한다면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저 무지한 여인을 품었던 사춘기 어린시절의 일들이
세상과 주변에 알려질테고 비난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판장에서의 그의 바보같이 답답했던 태도를
난 다르게 해석하고 싶었다.
슈미츠 부인의 자존심과 비밀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던...
그녀에 대한 숭고한 배려가 숨어 있었던 것이라고.
후일...미하엘은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그녀에게
10년동안 자신이 책을 읽고 녹음한 테잎을 보낸다.
그는 그저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더 리더의 역할을 했고
슈미츠 부인은 그것에 너무 너무 행복해 했다.
이 작품의 책과 영화의 흥행을 위해 마케팅의 일환으로
미디어에선 이들의 특별한 관계와 애로티시즘을
온갖 미사어구를 붙여 고귀한 사랑으로 과대 포장했지만
난 이 두 남녀의 특별한 관계나 에로티시즘보다는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 그 이면의 모습에 흠뻑 취했던 것 같다.
글을 읽지 못하는 미숙한 슈미츠부인이나..
세상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나 별반 다를게 없고..
나 역시도 그 누군가에게
"꼬마야, 꼬마야, 내 꼬마야, 내게 세상을 좀 읽어줘" 라고
말하고 싶었던 기억이 있기에...그래서 아마도...
이 책이 나에게 더 진한 감동과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 또 세상을 읽어준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함께 소통하고 교감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벅찬 일이지 않은가.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겠다.
두 사람의 순수한 영혼을 영상으로 다시금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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