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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 생각

가시나무 새

by 오하라74 2004. 5. 1.

 

핏빛은 가시지 않는다

울다 지쳐 잠들고 깨어나 다시 운다

고통은 이미 고통이 아니다

살깃에 파고든 가시의 날카로움 쯤은

세상을 향한 조소의 환영(幻影)일 뿐...


잠들지 않는 기억의 회상(回想)을 바라본다

그리고 숨깨어 가시를 찾는다

깊게 더 깊게...

흐르다 굳어버린 선 어린 붉은피는

말라비틀어진 가시 위에 나른함으로 끈적이고

녹녹히 젖어든 여린 심장은

다시금 끈적임을 지천(至賤)으로 품는다


해가 저문다

지친 나그네의 발걸음이 머문다

가지런히 모아진 천근(千斤)의 두 다리는

더 이상 쉴 곳이 없다

가시를 찾는다

그리고...

눈 아래 얽히듯 자지러져 썩어간 검붉은 선혈위로

천천히 그렇게 그도 따라 눕는다


용솟음 친다

자맥질 춤추며 천리길 만리길 걸어왔던 족적(足迹)에

차곡차곡 느러지게 붉은빛을 드리운다

간헐적인 맥박에 가증스런 평온함을 살포시 묻고

아련히 희미해진 하늘을 본다


지나치지 말지어다

처절하게 사그라진 그들의 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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