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추석은... 나에게...
긴긴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는 잔인한 명절이다.
물론 이번 추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헌데 외롭게 딩굴딩굴 TV채널을 돌리던 나에게
영화 <광해>를 함께 보자는 누군가의 문자가 왔다.
반가웠다.
재미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광해" 정말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명작이였다.
스토리면 스토리... 연기면 연기...
위트면 위트... 해학이면 해학... 거기에 감동까지 한 가득...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올해 내가 뽑은 베스트 영화라고 자부한다.
솔직이... 난 우리나라의 역사를 믿지 않는다.
난 역사라고 기록된 과거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시대를 다시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중에 하나다.
왜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다분히... 모든 기록들은 승자들이 유리한 쪽으로
서술되기 마련이고...그런 기록속에서의 패자는
악인이자 광인으로 그려질 수 밖에 없기에.
광해 역시도... 역사가 만들어낸 피해자일 수 있다는게 내 생각.
광해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중국을 섬기는 엄격했던 사대주의에 반발하여
주체적인 자주국방을 꿈꿨던 왕이였다.
하지만 반정에 의해 축출된 이후...
반정을 주도했던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반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왕 "광해"를 폭군이자 여색을 밝힌 왕으로 묘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우리는 광해를 다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아주 신선했다.
물론 거리의 광대가 왕을 대신해 하고 싶은 말을 한것으로
작가의 상상력은 역사를 되짚었지만.
(이래야 역사학자들의 반발과 후손들의 소송을 필할 수 있기에)
사실 역사학자가 광해를 다시 조명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역사학계는 무엇보다 사료를 중시하고 기록을 중시하기에
확실한 증거없이 유추만 가지고는 역사를 논할 수 없는
아주 보수적이고 고루한 학문이다.
때문에 추측만 가지고는 자신의 의견을 내 놓을수 없다.
하지만 작가는 다르다.
역사학자가 아니기에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해
역사를 얼마든지 재해석하고 분석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그런면에서 작가는 역사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대의 유일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팩션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나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의욕을 한껏 불러일으킨 영화 광해.
한동안 또 역사의 재해석에 빠져살지도 모르겠다.
또 아나.. 근사한 팩션 소설이 하나 탄생할지.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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