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루퍼>라는 영화를 봤다.
조셉 고든 레빗이 주연이라는 말에...
그의 전작들을 쭉 살펴 본 터라
조토끼의 캐릭터에 훨씬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영화는 마치 <인셉션>을 연상하게 하는 묘한 구성으로
한시라도 대사와 장면장면에 집중하지 않으면
전체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기 힘든 까다로운 영화였다.
복선으로 깔아놓은 많은 것들을 유심히 봐야만 하는...
만약 그것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그리 재미있게 보지 못했을 것이다.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자면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내가 죽일 수 밖에 없는 극적인 상황에서
주인공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키를 쥐고
순간 순간의 선택을 해나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은 말한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내가
돌고돌아 만들어낸 원인에 대한 결과다."라고.
아주 오래전 <12 몽키즈>란 영화를 본적이 있다.
그 영화 역시... 미래의 내가 엄청난 사건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과거인 현재로 돌아와 과거의 자신을 만나지만...
결국 그 원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루퍼>와 비슷한 스토리 라인이다.
하지만 <루퍼>가 <12 몽키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현재와 미래만을 연결짓지 않고
과거의 미래... 그리고 미래의 과거인 현재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자면 과거 - 현재 - 미래라는 3가지 시점에서
원인의 인과성과 상관성을 유기적으로 풀어냈다는 것.
주인공의 시선 또한 참으로 신선하다.
미래의 내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면
아무리 자신이라 할지라도
그 이기적인 행동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저지되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결국 그래서 스스로 현재의 자신을 죽여
미래의 자신을 파괴해 버린다는 설정...
어찌보면 참으로 이타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 아니던가.
이 영화는 나에게 심도있는 철학적 깊이를 요구하는
모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과거의 내가 선택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결과가
그것의 미래로서 현재의 나를 만들어 냈고...
지금의 나는 또 다시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영화에서 처럼 타임머신이
미래의 어느날 실제로 발명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그것이 현실화 되기 이전엔
결코 난 나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때문에... 과거에 대한 많은 후회와 미련은 버리고...
지금이라도 미래의 과거로서 현재의 나의 선택들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책임있는 행동들을 해야 한다는 깨달음....
하루하루...
내일이 나의 마지막 날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늘 최선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그것들이 만들어낼 미래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소망하는게 있다면...
영화에서 처럼.. 30년 후의 내가...
부디 나만의 행복을 위해서만 사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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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몇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심도있게 다뤄졌으면 더 빛을 발했을 철학적 의미들이
헐리웃 블럭버스터라는 이름을 가지기 위해
엑스맨에서 차용한 오버 스토리에 묻혀
그 깊이가 살짝 반감되었다는 점과
극적 긴장감을 위해 만든 조연이 허무하게 제 역할을 하지 못한점..
그리고 주인공의 입을 통해 너무 쉽게
엔딩을 마무리 했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알송달송한 한가지...
꼬마역 시드 = 조(조토끼)라고 연상하게 한 씬이 있었는데...
- 사라(에밀리블런트)가 자살한 조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
이 이유는 줄거리 속에서 분명 조가 자신의 엄마가
과거 자신의 머리를 그렇게 만져줬다는
대사와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어쩌면 시드가 미래의 조 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그런 유추가 가능한 이유는
미래에서 암살자 역할을 하는 루퍼들을 과거(2044년 이전)로
보낸 것이라면 현재엔 어린시절의 조(시드)와...
2074년 이전에 현재 시대로 보내진 조(조셉 고든 레빗),
또 그 현재의 조가 30년을 살고 다시 2044년으로 보내진
나이든 조(브르스윌리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2044년)에 3명의 동일인물이 존재 할 수 있다는 가설.
어차피 미래의 기억은 과거의 경험과 행동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극적 장치가 있었으므로...
현재의 조(조셉 고든 레빗)가 가진 자신에 대한 과거의 기억은
어린 조(시드)가 어떻게 자라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사라가 자살한 현재의 조(조샙 고든 레빗)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조샙 고든 레빗이 가진 엄마의 기억이 맞고,
엄마가 자신을 앵벌집단으로 보냈고 자신은 탈출해
아베에 의해 루퍼가 되었다는 조(조샙 고든 레빗)의 과거 기억은
충분히 다르게 바뀔 수 있다.
또한 마지막 씬에서 금괴와 은괴가 가득한 차를 사라가 발견했고
이로인해 사라와 시드가 부유하게 잘 살게 되면
지금 조토끼가 가진 과거의 암울한 기억은 지워지고
다른 기억으로 채워지게 될 것이라는 복선이 된다.
그리고 레인메이커가 염력을 가진 루퍼들을 대상으로
계약해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런 맹락에서 보면 조도 염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단지, 레인메이커(시드의 미래)도
자신이 조 인줄은 모를 수 있다. 충분히.
이런 나의 가설에서 조금 꽁기꽁기 한 것은...
시드의 생년월일이 다른 두명의 조(조토끼,브르스윌리스)의
생년월일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인데....
뭐...너무 안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생일 따윈 모를 수 있으므로 패스... ㅜ,.ㅜ;;;;
아...머리 아프다..ㅠㅠ;;
내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한건가...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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