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 "
제임스 밀이 질적 공리주의를 말하면서
그의 저서에서 했던 말이다.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를 수정 보완하면서 나온 사상이긴 하지만
난 요즘 그것에 살짝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
사실... 질적 공리주의와 양적 공리주의를 놓고 봤을 때...
무엇이 저급 쾌락이고 무엇이 고급 쾌락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 전제가 반드시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밀은 그 전제를 염두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전제란 바로 조건의 평등이다.
만약 똑같은 경제적 부를 가지고 있고..
똑같은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가정 아래...
저급과 고급을 가르자고 한다면 "공리주의" 차원에서
다분히 자신의 경제적, 육체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쾌락 보다는
보다 많은 이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부와 지식을 나누고
그것에서 느끼는 정신적 만족을 쾌락으로 생각하는 쪽을
고급이라고 판단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에 내가 언급했던 "유쾌한 파멸"이란 글에서
디테일하게 다루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본주의로 인해 빈부의 차가 심해지고...
예술과 철학에 대한 접근성에 기인한
기회의 평등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까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건 조금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상관없이
예술을 사랑하고 철학을 사랑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다.
하지만 그 접근성이란 측면을 고려해 넓게 해석했을 때...
경제적 여유와 부가 뒷받침 되었을때 그 접근성이 높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게 현실이지 않는가...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이들에게
돈밖에 모르는 배부른 돼지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난 그들에게 감히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고 말할 수 가 없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예술에 접근하기란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영화, 뮤지컬, 연극, 음악회,전시회 등등을
일반적인 예술 향유 활동이라고 해석했을 때
다분히 경제적인 여유와 그로인해 생긴 시간적 여유가 있지 않으면
접근하기 힘든 상류 문화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상류 문화에 보다 많이 접근한 이들이
더 많은 생각과 더 넓은 사고의 틀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한가지... 물론 그런 기회의 평등 없이도
충분히 성숙하고 훌륭한 인격과 사고의 깊이를 가진 이들도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란 것을 미리 밝힌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확률과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얼마전 나는 누군가에게 "여행"의 좋은 점을 설명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되도록 많은 여행을 떠날 것을 조언하다가
자신의 상황과 현실에서 그것이 그리 쉽지 않음을 토로하며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물론, 그의 모든 불만과 생각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 생각이 전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말 할 수도 없었다.
자본주의 속에서의 삶은 치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회(교육,문화향유 등등)의 평등을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철학과 예술과 자기 발전을 위한 여행은
향유하기 버거운 사치라고 충분히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반성했다.
질적쾌락을 운운하며 고급쾌락과 저급쾌락을 나누기 이전에
그 접근성으로서의 기회의 평등을 실천하기 위한
문화 향유의 겝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말이다.
이 시대가 필요한 부의 재분배에 있어서...
끊임없이 제기 되는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자본주의가 기회의 평등이 기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깜냥을 운운하며 능력있는 사람들만의 편을 든다면
이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현실을 극복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은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10%의 노력만으로도 가능한 사람과
90%의 노력이 필요한 사람들과 같은 선상에서
그들을 평가하는 것은
이 시대가 가진 가장 큰 모순이자 오류이지 않을까...
항상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더 낫다" 라는 단편적인 생각을
했던 나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준 이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안주하거나 주저 앉지말고
자신의 상황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척하려는
긍정의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서의 최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세상은 언제나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
'삶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로움의 본질...인간은 늘 외롭다. (0) | 2015.11.24 |
---|---|
거짓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0) | 2012.10.31 |
죽음을 위한 존재 (0) | 2012.10.25 |
미래의 과거가 될 현재의 나에게... (0) | 2012.10.16 |
감수성과 측은지심의 상관성 (0) | 2012.10.09 |
댓글